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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내스급20

2019년 11월 9일 유현유진 전력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 퇴고 X 선물 포장을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건 유현이 이전에도 몇 번이나 해봐서 익숙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원래도 손끝이 제법 야무진 편인 덕분이기도 할 터였다. 그래도 선물을 자신이 직접 포장하는 건 꽤나 오랜만에 하는 일이기에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인데, 다행히 야무진 손끝이 하는 법을 잊어버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손바닥에 올려두면 손바닥이 꽉 차는 정도의 작은 상자는 곧 그 위에 반듯하게 묶인 하얀 리본을 가지게 되었다. 유현은 깔끔한 검은 상자를 포장할 포장지로 푸른색을 골랐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물건과 잘 어울릴 색이라고 생각했었던가. 모르겠다. 유현은 수려한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아가며 생각을 떠올리려 해보았지만, 결국 떠오르는 것.. 2019. 11. 9.
2019년 8월 24일 유현유진 전력 [커피] 한유진이 제일 처음 입에 댄 커피는 학생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내기 위해 마셨던 캔커피였다. 시험기간에 늦게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할 때, 잠을 쫓겠다며 사 마셨던 싸구려 캔커피. 학생의 용돈으로 사 마셔도 부담이 없던 그것은 딱 그 값을 했다. 맛은 미각을 뒤덮을 만큼 자극적이고, 몇 모금이면 사라질 만큼 양도 적었으니. 그래도 유진은 씁쓸한 맛 사이에 진한 단맛이 섞인 그 커피를 싫어하지 않았다. 혀에 찐득찐득하게 남는 단맛은 싫어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했다. 두 번째로 마신 커피는 공장의 휴게실에 놓여있던 스틱형 믹스 커피였다. 스틱 하나의 꽁지를 톡 뜯어내고, 안에 있던 흰 가루와 갈색 알갱이들을 종이컵 안에 쏟아 넣었다. 그 종이컵에 가득 차도록 뜨거운 물을 부은 후에 손에 들린.. 2019. 8. 24.
2019년 7월 27일 유현유진 전력 [열대야, 키스] 달마저 녹아내릴 것 같은 밤이었다. 빌딩 숲을 달굴 대로 달궈놓던 한낮의 태양이 달이 뜨는 시간까지 도시에 숨어 있다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한 것 마냥, 눈을 시리게 만드는 달이 떴음에도 피부에 들러붙는 공기는 끈적하고 습하기만 했다. 제 살갗에 들러붙는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달아오른 밤, 열대야였다. 그밤 유진은 숨통까지 적셔버릴 듯 뜨겁게 제 안에 문질러져오는 물컹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읏…….” 밀려든다. 연신 선홍빛으로 물든 얇은 피부를 핥아 대던 혀가 기어이 입술을 가르고 안쪽으로 밀려들었다. 심지어 그 움직임은 상대가 거부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지 무척이나 느긋했다. 그것은 아는 자의 움직임이었다. 제 두터운 혀가 작고 좁은 입안을 가득 채워 할딱할딱 숨.. 2019. 7. 28.
유현유진 온리전 로즈데이 이벤트 참가용 썰 내가 키운 꽃의 이름은 한유현이 알고 있는 꽃의 이름은 결국 모두 한유진이 알려준 것들이었다. 지나가던 길의 담장 너머로 드리워진 아카시아 꽃도. 학교 가는 길에 피어있는 철쭉과 개나리도. 크고 하얀 꽃잎이 떨어지는 목련도. 모두 한유진이 알려준 것들이었다. 애초에 어린이용 낱말 공부 책도 한유진이 붙어 앉아 읽어준 것이었으니. 가지, 나비, 다람쥐 따위와 함께 꽃의 이름들을 배웠다고 생각하며 정말로 한유현에게 꽃의 이름을 가르친 것은 한유진이 맞았음. 사실 꽃뿐만 아니라 한유현에게는 세상 모든 단어가 한유진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꽃의 이름들 중에서 가장 한유진을 떠오르게 하는 게 있다면. 그건 카네이션이 아닌 장미였다. 한유진이 자기가 좋아한다고 말한 꽃이 장미였기 때문이었음. ‘아.. 2019. 5. 13.
[내스급/유현유진] 달님 인어 유진이 연성이 좋아서 인어AU * 無퇴고 주의 한유진이 인어공주라는 전혀 달갑지 않은 새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이 별명이 차라리 이전에 성 모 씨가 놀리듯 말했던 ‘공주님’이라는 호칭처럼 그저 상황에 따른 비유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의 새 별명은 저번과는 달랐다. 그 별명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지금 유진의 모습을 설명하기 가장 알맞은 호칭이었으니까. “형.” 유진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랬다. 유진은 정말로 헤엄을 쳐서 햇빛이 넓게 깔린 수면으로 다가갔다. 유진의 머리 위에는 햇빛으로 엮인 그물이 펼쳐진 것 같은 수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유진은 스스로 그 그물에 걸리려는 물고기처럼 위로, 위로, 나아갔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마치 비가 내리는 날 바라본 창.. 2019. 3. 17.
2019년 3월 2일 유현유진 전력 [그림] *퇴고 없음 주의ㅠ 그 짧지만 강렬한 소동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이거 한유진 헌터 아님?]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익명 게시판의 글 안에 들어 있는 한 장의 사진. 그 사진으로 찍힌 그림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댓글을 불러일으켰다.시간이 좀 지났는지 살짝 노르스름하게 변한 종이 속에 담긴 검은 선으로만 이루어진 한 사람의 모습. 그린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그림은 인물의 특징을 제법 섬세하게 잡아내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 사람이 한유진 헌터가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오히려 그림으로 그려진 각도와 최대한 비슷한 사진을 구해와 그림과 나란히 붙여 올리며 ‘맞네, 본인인가 보네.’라고 확신을 더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등받이가 없는 낮은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창밖을 .. 2019.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