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쿠로코의 농구19 2018년 11월 24일 청흑전력 [버스] [버스] 쿠로코 테츠야는 버스의 창문이 영화의 필름 같다고 생각했다. 버스의 손잡이를 잡고 서서 일반적인 자동차의 그것보다 작고 네모진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창밖으로 이름 모를 낯선 이들의 이야기가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검은색 얇은 프레임을 가진 버스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계절.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서 있는 사람. 혹은 처음 보는 낯선 얼굴.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엇이 그리 급한지 다급하게 뛰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천천히 걷는 이도 있었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천천히 걷는 이도 있었다.버스가 지나가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스치는 거리의 풍경.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새 익숙해진 출근길의 버스 밖 풍경을 감상하며 .. 2018. 11. 24. 2018년 10월 28일 청흑전력 [할로윈] [할로윈] 할로윈. 죽은 자들의 영혼이 내세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간 세계를 찾는 날. 더불어 열린 지하 세계의 문을 통해 악마와 마녀, 짓궂은 유령들이 함께 인간 세상에 올라오는 날.외국에서 흘러들어온 문화의 영향을 받아 거리를 수놓은 익살스러운 얼굴의 호박 장식들을 보면서도 아오미네는 무감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애초에 자신이 Trick or Treat을 외치며 과자를 얻어먹으러 다닐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할로윈 축제라는 이름의 가장파티에 끼어들어 노는 취미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할로윈이라는 단어 자체에 특별한 감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더구나 지금 이 상황은 아오미네의 마음에 특별한 감정은커녕 할로윈에 대한 반감만 차곡차곡 쌓이게 만들었다.실수로 급행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약속 .. 2018. 10. 28. 2018년 9월 29일 청흑전력 [앞치마] [앞치마] “2번 테이블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추가!!”“주문하신 아이스크림 와플 나왔습니다.”“어서오세요! 한 분이신가요?”“두 명입니다.”“아? 헉!!”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익숙한 공간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낯선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분명 평소 때는 학생들이 책을 펼치고 앉아있었을 책상들은 서너 개씩 붙여져 아기자기한 무늬가 있는 식탁보로 덮여 있고. 선생님들이 부지런히 수업 내용을 적어 내려가던 칠판에는 ‘일일 cafe’라는 단어가 대문짝만하게 자리 잡았다.오늘 하루 교실이 아닌 카페가 되어 버린 공간 앞에 선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왜 인지 주춤거리며 어색하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그들이 이 학교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학생들과 전혀 다른 교복을 입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시 그 어색함의 가.. 2018. 9. 29. 2018년 9월 8일 청흑전력 [악몽] [악몽] 위험은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다. 힘없는 황제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의 아들. 그것만으로도 후궁들의 질투를 사기에는 충분했기에.황제가 황자였던 시절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갔던 먼 나라의 여인이었던 황후는 황제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그의 손을 잡고 이 나라를 찾아왔다. 대신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황후로 맞이하겠다는 황제의 고집은 꺾이지 않아, 그녀는 결국 황후의 관을 받을 수 있었다. 타국의, 그것도 사막의 사람들과는 피부색도 머리색도 눈색도 어느 것 하나 닮은 것 없는 여인이 황후의 자리에 오른 것은 길고 긴 제국의 역사상 처음이었다.다만, 그녀를 황후로 삼기 위해 거슬렀던 대신들의 심기를 다독이기 위해 결국 황제는 비워두었던 제 하렘을 가득 채워야 했다. 어느 대신의 딸, 어느 대.. 2018. 9. 9. 2018년 7월 21일 청흑전력 [여름방학] [여름방학] 쿠로코는 침대에 길게 엎드려서 보고 싶었지만, 기말고사에 쫓기느라 보지 못했던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머리 위쪽에 달린 에어컨에서 연신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와 방 안을 채운 덕분에 침대시트에 살이 닿는 부분에서도 땀은 나지 않았다. 뽀송뽀송하게 말려둔 시트에 닿는 피부는 서늘했고, 손끝에 닿는 빳빳한 종이 또한 서늘하게 식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움직임은 더욱 가벼워졌다. 더군다나 책의 내용 또한 훌륭해서 문장을 읽을수록 내용에 빨려들어 가기라도 할 듯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쿠로코의 옆 자리에서는 아오미네가 농구 잡지를 들고 누워서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었다. 사실 아오미네는 잡지를 읽고 싶어서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잡지 페이지를 훑어보는 시선이 읽어내는 글자는 없었다. 그저.. 2018. 7. 21. 2018년 6월 10일 청흑전력 [봉제인형] [봉제인형] 그가 이상한 콤비를 처음 발견한 것은 거지같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직전이었다.그때는 대체 무슨 마가 끼었는지, 서너 달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온갖 이상한 손님들을 잔뜩 만난 날이었기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술을 마셨으면 곱게 집에나 들어갈 것이지. 딸에게 줄 선물을 뽑아야 한다며 게임센터 인형 뽑기 기계 앞에 들러붙어 있던 거나하게 취한 회사원은 인형을 뽑아가기는커녕 제 배 속에 있던 것을 기계에 선물해 주었다.교복 차림의 남학생 한명은 여자친구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기계에 덤볐다가 돈만 잔뜩 날리고, 분을 못 참아 발길질을 하더니 기어이 기계를 고장 내고 도망쳐 버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CCTV로 뒤늦게 발견하고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현장에서 말리지 않고 뭐했냐고 매니저에게 불려.. 2018. 6.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