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내스급20 2021년 3월 20일 유현유진 전력 [냄새] * 퇴고 X 사람은 제 몸에 자신의 생각보다 많은 냄새를 품을 수 있었다. 물론 평범한 인간이라면 제가 품고 있는 모든 향들을 맡는 일이 불가능하겠지만, 한유현이 누구던가?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S급 헌터, 그들 중에서도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지 않던가. 그렇다보니 유현은 형에게서 흘러오는 향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자신이 길드에 있느라 형의 곁에서 떨어져 있던 동안에, 형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챌 수 있는 힌트가 되어 주곤 했다. “유현아, 어서 와.” 점심시간에 여유를 즐기기 위해 들린 카페에서 잔뜩 묻어났을 커피향. 마수가 주인에게 귀여움 받기 위해 다리에 몸을 부벼 댄 사이 옮겨 붙은 듯한 마수의 털냄새. 세탁기를 돌렸는지 손끝에서는 아주 연한 세제의.. 2021. 3. 20. 2020년 11월 21일 유현유진 전력 [난로] * 퇴고 X * 수인 설정 바닥에 깔린 것도 몸을 덮은 것도 그저 찬연한 햇살뿐이었지만, 유진은 조금도 불편한 줄 몰랐다. 계절은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설 때 코끝이 서늘해지는 시기가 되었건만. 지금의 유진은 그저 계절도, 시간도 알지 못하는 어린 애가 된 것처럼 바닥에 편안히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건, 지금 유진이 손끝 하나 까딱할 힘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런 근심도 없이 그저 제 옆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만 집중해도 되는 시간. 오랜만에 주어진 단 형제 두 사람만으로 가득 채워진 시간은 이렇게나, 편안하고 깊었다. 유진은 옆으로 누워 제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제 맨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유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보았다. 어.. 2020. 11. 22. 2020년 10월 25일 유현유진 전력 [파티, 결혼기념일] *퇴고 X 한유현에게 있어 첫 파티는, 빵집에 있는 것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에 5개의 초를 꽂은 순간 시작되었다. 하얀 생크림 위에 올라앉은 딸기를 피해 색색의 얇은 초들을 꽂아 넣은 형이 촛불에 불을 붙인 후에 맞은편에 앉은 자신을 바라보며 지었던 웃음. ‘생일 축하 합니다.’로 시작한 노래가 ‘사랑하는 유현이’로 치달았을 때 또륵 초를 타고 흘러내리던 노란색 촛농. 심지를 태우며 흔들리던 작은 불꽃을 ‘얼른 불어.’라고 말하는 형의 재촉에 못 이겨 후, 불어 꺼버리자마자 피어난 가느다란 연기. 어차피 끄라고 할 것이면서 왜 촛불에 불을 붙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유현을 유진은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꼭 끌어안아 주었다. 태어나 주어서, 내 동생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귓가에 속삭여주는.. 2020. 10. 26. 2020년 9월 12일 유현유진 전력 [제복] * 채터박스 장례식 게임 내용에 대한 네타가 아주 조금 있습니다. * ㄱㅊㅊㅈ과 ㄷㄷ이라는 단어의 정체를 모르시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걸 권합니다. * 퇴고 X 유현이 앞에서는 괜한 말하는 걸 좀 줄여야 하나? 유진이 침실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지금이 광경이 자신의 어떤 말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머리가 지금보다 조금만 덜 똑똑했더라면, 차라리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유진의 머리는 지금도 팽팽 굴러갈 만큼 똑똑했고. 채터박스의 게임이 끝나고 저도 모르게 유현에게 뱉어버린 말은 지금 와서 돌이킬 수 없었다. 어차피 지금 눈앞에 닥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 2020. 9. 12. 2020년 8월 22일 유현유진 전력 [고양이] 부작용이라고 했다. 형의 꼬리뼈 위 골반보다 조금 아래에, 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사람의 몸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될 저것이 달린 이유가, 몸이 완전히 고양이가 되었던 것의 부작용이라고. 처음에는 또 무슨 일이 있어 고양이가 되었던 것이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꼬리를 바지 속에 제대로 구겨 넣지도 못하고 저에게 달려온 형을 보니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져버렸다. 적어도 남들 눈을 피해서 숨어 있고 싶은 순간에, 혼자 숨지 않고 저에게 가장 먼저 달려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현은 형에게 향하려 했던 잔소리를 눌러 삼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질책 없이 형을 들쳐 안고 해연 길드에 있는 예전에 지내던 집으로 왔던 것이 아닌가. 적어도 볼썽사나운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며칠 .. 2020. 8. 22. 유현유진 온리전 이벤트 참가용 연성 #신혼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지 않은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거 누가 한 말 아니었나? 아, 맞아. 맞아. 그랬었지. 그런 일도 있었어. 그런데 그때 왜 그런 거더라? 시간은 그랬다. 잘 지워지지 않는 딱딱한 지우개 같았다. 시간이 스쳐지나 잊힌 기억들은 이렇게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거나, 어느 부분은 지워지고 어느 부분은 지워지지 못 한 채 어설프게 흔적이 남았다. 오늘 아침, 유진의 꿈을 지배했던 기억이 딱 이러했다. 맞아,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데 왜 일어난 거더라? 의문은 남았고, 지우개 가루처럼 남은 찝찝함이 뇌 속에 굴러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유현아.” “응, 형. 일어났어?” “너 혹시 한 대여섯 살 즈음에 놀이터에서 싸웠던 거 기억 나냐?” 그래서 저도 모.. 2020. 7. 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