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이라고 했다.
형의 꼬리뼈 위 골반보다 조금 아래에, 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사람의 몸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될 저것이 달린 이유가, 몸이 완전히 고양이가 되었던 것의 부작용이라고.
처음에는 또 무슨 일이 있어 고양이가 되었던 것이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꼬리를 바지 속에 제대로 구겨 넣지도 못하고 저에게 달려온 형을 보니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져버렸다.
적어도 남들 눈을 피해서 숨어 있고 싶은 순간에, 혼자 숨지 않고 저에게 가장 먼저 달려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현은 형에게 향하려 했던 잔소리를 눌러 삼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질책 없이 형을 들쳐 안고 해연 길드에 있는 예전에 지내던 집으로 왔던 것이 아닌가.
적어도 볼썽사나운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며칠 만, 집이 아닌 이곳에서 지내기로 한 것까지도 일사천리였다. 이대로 특별한 문제없이 시간을 죽이면 될 뿐이라고, 유진 또한 안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소파에 앉은 동생의 허벅지 위에 제 머리를 대며 소파에 길게 드러누웠을 때. 유진은 제 몸이 꼬리뿐만 아니라 다른 것 또한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잠깐이라도 깜빡 정신을 놓을라치면, 저도 모르게 적어도 인간일 적에는 하지 않았을 짓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동생의 무릎 위에 올라가 엎드려 있는 것은 예사요, 손톱도 나오지 않는 인간의 손이면서 주먹을 동글게 말아 동생의 가슴팍을 꾹꾹 짓누르기도 했다. 심지어는 티비를 보다말고 갑자기 제 동생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혀로 핥아대기까지 했다.
이쯤 되니 꼬리는 오히려 별 게 아니었다.
본능, 마치 고양이의 본능에 흠뻑 젖었던 뇌가 아직 덜 말라 축축한 부분이 남은 것처럼 불쑥불쑥 그놈의 고양이스러운 행동이 튀어나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심지어…….
“유현아, 제발 좀 말려. 가만히 그걸 다 받아주면 어떡해…….”
유일하게 집을 드나들며 제 상태를 봐주는 사람인 사랑하는 동생은 이 문제 해결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고 있고 말이다.
“형이 원한다면 그 정도 일은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걸 억지로 거부할 필요는 없어.”
나는 형이 그러는 게 곤란하지도 않은 걸.
오히려 형이 제게 이렇게 굴어오는 게 아주 기껍다는 듯, 배시시 웃는 동생의 얼굴을 앞에 두고 유진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혼내거나 핀잔을 줄 마음도 들지 않았다. 동생은 그저 저에게 무를 뿐이니까. 저에게 무르다 못해 녹은 설탕같이 구는 동생을 이런 일로 타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이제는 조금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해.”
“기대?”
“형이 또 언제 고양이처럼 굴어줄까, 하고.”
아니다. 역시 혼을 좀 내야하나.
저는 조절 안 되는 행동들 때문에 곤란해 죽겠는데. 그걸 저렇게 반짝반짝 눈까지 빛내가며 기대된다고 말해오니 봐주고 싶지 않아졌다. 역시 이럴 때는 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벌컥 불편한 마음을 토해내려던 유진의 입술이 꾹 다물려 버렸다. 갑작스레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식해본 적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감각 탓에.
툭툭, 마치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의 가슴팍을 두드리듯. 힘이 실리지 않은 손길로 제 몸을 건드려오는 손이 누구의 것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 지금 이 집에 있는 사람은 단 두 사람, 자신과 사랑하는 동생 한유현뿐이었으니. 자신이 제 손으로 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니, 범인은 명확했다.
하지만 지금 이상한 감각을 스멀스멀 불러일으키는 터치가 느껴지는 곳이 동생이 만지고 있다고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곳이어서. 그래서 유진은 순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저기, 유현아?”
“…기분 좋지 않아?”
역시 알고서 한 거였어?!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유현의 얼굴은 그저 태연하기만 했다. 오히려 ‘여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살짝 기우뚱거리는 고갯짓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웃어버릴 뻔했다.
안 되지 안 돼, 지금 웃어버리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진다고!
그 생각을 하며 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딱 붙이고 꾸욱 짓눌러 일 자로 만들어 버리는데 한유진의 모든 이성이 동원되었다.
“고양이들은 여기를 두드려주면 좋아한다고 하던데.”
“네 형, 고양이 아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본능이 남아있으니 혹시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렇다고 그런데를 막, 두드리고 그러냐.”
정확히는 꼬리가 돋아난 조금 위쪽. 엉덩이라고도 허리춤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미묘한 곳을 툭툭 두드리는 손길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유진은 제가 화들짝 놀라 피한다면 오히려 반응하는 것처럼 보일게 걱정되어 몸을 물리지 못 하고 있었다. 유현은 마치 제가 들은 정보가 맞는 지 시험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끈덕지게 그곳을 두드려댔고 말이다.
“아무튼, 아닌 거 알았으면 이제 그만해.”
“정말로 아무런 느낌도 없어?”
“…아무렇지도 않은데.”
“정말?”
조금 틈을 벌리고 앉아있던 몸이 바투 다가오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동생은 어떠한 순간에도 유진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지 않았으니.
하지만 꼬리 바로 위쪽을 두드리던 손길을 멈추고 그대로 유진의 몸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바싹 붙어오는 행동에 손끝까지 긴장이 퍼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제가 쏙 파고 들어가도 남을 만큼 너른 품이 어떤 온기를 가졌는지.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피부가 얼마나 깊이 마주 닿을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허벅지가 달라붙어 버린 채로 제 형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간 유현은 가볍게 귓바퀴를 깨물었다가 더운 숨과 함께 낮은 목소리를 유진의 귓가에 흘렸다.
“형, 꼬리 지금 엄청 떨리고 있어.”
자신의 몸이면서도 제어되지 않는 그것이 결국 이렇게 사고를 쳐버렸다. 좋다고, 너무 좋다고. 지금 제 몸을 두드려주는 이 손길이 너무 좋다고 파르르 떨리며 온 힘을 다해 외치는 것을 여태 저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동생의 한 마디에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파묻혀 도망가지도 못했다.
“엄청 귀여워, 형.”
생전처음, 어쩌면 한유현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 단어와 함께 다가붙은 유현의 입술이 유진의 입술에 간지럽게 부벼졌으므로.
'Text > 내스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0월 25일 유현유진 전력 [파티, 결혼기념일] (0) | 2020.10.26 |
---|---|
2020년 9월 12일 유현유진 전력 [제복] (0) | 2020.09.12 |
유현유진 온리전 이벤트 참가용 연성 #신혼 (0) | 2020.07.04 |
2019년 11월 9일 유현유진 전력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0) | 2019.11.09 |
2019년 8월 24일 유현유진 전력 [커피] (0) | 2019.08.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