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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디페 신간 인포

by 자렌Jaren 2024. 7. 22.

 

* 고져스 엘레강스 큐티 뷰티풀 아무튼 좋은 건 다하는 표지는 레몽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동생과 던전에서 밥을 먹는 방법

 

* 내스급, 한유현X한유진 (2429)

* A5 소설본 / 약 50p 예정 / 5000원~6000원 / 전연령 (오랜 세월 꾸금을 고집했지만 행사장 성인본 금지 앞에서는...!!)

* 만화 <던전밥>에서 '던전에서 특이한 것들을 잡아 먹는다'는 소재와 제목을 차용했습니다. 스토리는 해당 만화와는 무관합니다.

 

줄거리

생물들이 몬스터처럼 조금씩 변해가는 던전 생태계, 그리고 변해가는 2429 관계.

세계의 변화와 감정의 변화에 맞춰 점점 더 연인다운 관계를 쌓아가는 한유현과 한유진이 사랑하고 밥을 먹는

가벼운 일상 피식물. (개그라고 말하기에는 또 심심합니다.)

 

<샘플>

 

* 퇴고 X

 

세계가 변하고 있다.

이 문장은 지금의 한유진에게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새로운 지성체가 발견된 이후로 동생과 제가 살아가는 ‘세계’의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챘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지금까지 ‘한유진’이라는 한 사람의 행동을 은연중에 제약하고 있던 어떤 규범이나 사회적 상식이 붕괴되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양쪽 모두의 의미로 한유진의 세계는 확실히 변하고 있었고, 오늘도 한유진은 그런 세계의 극단적 변화 중 하나를 눈으로 목도하고야 말았다.

 

“저게 뭐야?”

 

야채도 고기도 질렸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생선을 먹어보자며 한강에 낚싯대를 들고 나와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잘 정비되어 있는 한강 둔치에 낚시 용품점에서 털어온 낮은 의자도 턱 놓고 자리를 잡았다.

한유진은 뭔가 반항하는 기분이 드는 게 좋다며 한강에서 낚시를 할 때는 구태여 [여기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낚시 금지 구역입니다.] 라고 쓰여 있는 팻말 근처에서 낚시를 하곤 했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팻말이 잘 보이는 자리에 의자를 놓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버들잎을 타고 한강의 수면 위로 올라가 강을 향해 창을 한두 차례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물고기를 잡는 것쯤은 손쉽게 끝낼 수 있는 한유현도 S급의 기척을 한껏 줄이고 형의 옆에 앉아 낚싯대를 들었다. 애초에 오늘 그들의 목적은 낚시보다는 ‘보람차게 시간을 죽이는 것’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 치열하지 않게 지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 이 세계에서는 이런 소일거리를 하며 최대한 즐겁게 지내는 것이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일과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오늘은 강물에 시간을 녹이고 있던 차였는데, 평소와는 다른 것이 유진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야! 한유현, 저것 좀 봐 보라니까?”

 

유진은 찌는 보지 않고 제 옆얼굴만 빤히 바라보는 동생의 얼굴을 잡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었다. 처음에는 형이 손에 힘을 주어도 뻣뻣하게 버티던 유현이었지만, 유진이 버럭 소리까지 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그렇게 흐르는 한강물로 시야가 향하자 유현도 곧 유진이 뭘 보고 이런 소리를 했는지 금세 알아챘다. 저 또한 생전 처음 보는 것이 그곳에 있었으니.

유진은 간신히 제게서 시선을 뗀 동생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유현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자신도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자신이 본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물고기와 새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밥!

먹어!

고기!

 

짹짹 우는 대신 저들이 배운 말들을 마치 기합처럼 내지르며 수면으로 내리 꽂히는 새들. 여기까지는 이상하지 않았다. 새들이 말을 하게 된 뒤로도 시간이 꽤나 흘러서 이제는 아침에 새들이 짹짹, 하고 우는 소리를 내면 오히려 ‘왜 오늘은 말을 안 하지?’ 하고 놀라게 될 정도였으니.

문제는 그런 새들이 수면에 거의 다가왔을 때 즈음 갑자기 물에서 솟구쳐 오른 물고기들에 있었다. 물속에서부터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날아오른 물고기들이 수면으로 다가오는 새를 향해서 가슴지느러미를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물고기가 주먹질을 하네.”

 

그랬다. 제 동생의 태연한 말로 설명을 들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저 장면은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커진 것처럼 보이는 가슴지느러미의 끝부분이 살짝 말려있기까지 하니, 저건 아무리 봐도 야무지게 주먹을 쥐고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아니, 근데 가슴지느러미로 저게 된다고?!

 

 

(중략)

 

 

“매운탕 끓일까?”

“그것도 싫지는 않지만…….”

 

유현도 특별히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진은 그 메뉴 선정이 마음에 쏙 들어차지는 않는다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제 건강에 집착하는 동생이 최근 계속해서 굽거나, 삶거나, 끓이거나 하는 식의 요리만 내놓았기에 또 국을 끓여먹을 생각을 하니 질리는 감이 있었다.

 

“얘, 그냥 튀겨 먹으면 안 되나?”

 

탱글! 탄력 있는 지느러미를 만지다보니 문득 그것이 떠올랐다. 이렇게 살이 단단하다면 튀김으로 먹으면 바삭하고 맛있을 것 같은데! 이거 잘 손질해서 튀기면 생선까스 되는 거 아닌가! 와, 간만에 생각하니 먹고 싶다, 잘 튀겨서 노릇노릇 바삭바삭한 생선까스!

매운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돌지 않았던 군침이 싹 돌았다. 간만에 입안을 기름기로 까칠하게 긁어줄 튀김옷의 감촉을 상상만 해도 위장이 팡파레를 울렸다. 아니, 사실은 그저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난 것뿐이지만. 아무튼 기대감으로 기분 좋게 배 속이 울린 것은 맞았다.

그렇지만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선택했다는 유진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유현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튀긴 건 건강에 별로 안 좋아.”

“사람이 어떻게 맨날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사냐!!”

 

내가 이 녀석 이 소리 할 줄 알았다! 건강식도 하루 이틀이지!

재회한 뒤로 형과 오래오래 살기 프로젝트를 24시간 365일 가동 중인 동생에게서 메뉴 태클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생선까스에 꽂힌 유진은 동생의 말에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어쩌지? 드러누울까? 나는 매운탕 싫고 생선까스가 먹고 싶다고 한강 둔치 바닥에 드러누워서 데굴데굴 굴러볼까? 지나가던 새가 보고 비웃을 꼬라지까지 잠깐 상상했던 유진이지만 그 생각은 금세 털어버렸다. 몸에 안 좋은 튀긴 음식이 먹고 싶다는 이유로 버리기에는 제가 가진 형의 위엄이 너무 소중했으니까.

그래도 먹고 싶은데 저 철옹성같은 동생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유진의 머릿속에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아까 전, 낚시하는 내내 제 옆얼굴만 빤히 들여다보며 동생이 바라마지 않던 것을 제가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생선까스로 하면 오늘은 약속 2배로 지킬게.”

 

마치, 비오는 날 택시를 향해 ‘대치동 따불!’을 외치는 듯한 결연한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유진은 말을 뱉자마자 조금 후회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있을 때는 좋은 생각 같았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전혀 그럴듯하지 않는 제안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유현이 살짝 눈동자를 홉뜨며 잠시 말을 잇지 않은 것도 유진의 후회를 부채질했다. ‘그래 겨우 이걸로 유현이가 내 말을 듣겠어?’같은 의심이 물씬 밀려들며 부끄러움에 입술이 안으로 말려들려 할 때였다.

 

“……뽀뽀도.”

“응?”
“뽀뽀도 같이 해 줘.”

 

그러면 튀김으로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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