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어울리는 표지는 유서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애蛇愛 찬미讚美
* 내스급, 한유현X한유진(유현유진)
* XXX 수인 한유현 X 뱀 수인 한유진, 동양풍 배경
* A5 소설본 / 페이지 40페이지? (예정) / 4000원? (예정) / 19세 이상가
* 예약 X, 마감에 성공하면 적당히 뽑아갑니다. 마감에 실패하면 펑크ㅠㅠ!
줄거리
수인 중에서도 천대받는 뱀 수인으로 태어난 한유진.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동생이 생기고, 그 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동생에게 독을 먹이는 일일지라도.......
<샘플>
*퇴고 X
“다녀왔어, 형.”
오랜만에 직접 듣는 동생의 목소리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반가움을 부드럽게 막아서는 둑이었다. 너무 거칠게 넘쳐흘러 어쩔 줄 모를 정도였던 마음이 드디어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이렇게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확연하게 ‘내 동생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와 닿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인의 시체를 파서 내장을 꺼내먹는다는 야만족이었다. 그들이 헤집고 간 마을에서는 제대로 된 시체도 찾기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들이 어찌나 거칠고 포악한지, 팔을 베어내도 이빨로 상대의 목줄기를 물어뜯는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유진은 침음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제 동생의 무위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걱정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히 소원을 담아 방을 꾸몄다. 떠나간 자가 지내던 공간을 깨끗하게 단장하며 소원을 빌면, 방의 주인에게 그 마음이 닿아서 무사히 그 방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미신에라도 매달렸다. 소원을 담아 방을 서성였던 것이 며칠 밤이던가.
한유현이 떠나기 전에 맺었던 약속에 대한 걱정은 지워지고, 오로지 동생의 무사 생환만을 비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러면 '그런 약속' 따위는 얼마든지 지켜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동생이 드디어 돌아왔다.
야만족 토벌이라는 대승의 깃발을 등에 짊어지고서.
유진은 비늘에 덮인 제 정수리에 조심스럽게 닿는 말캉한 입술의 감촉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이전에도 이마와 뺨에 종종 입을 맞추었기에 그 행위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층계참 아래에 아직 도열한 병사들이 있다거나 하는 건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나, 어디도 다치지 않았어.”
연거푸, 유진의 눈과 눈 사이에 내려앉았던 유현의 입술이 벌어지더니 조근조근한 목소리를 내었다. 상대를 설득하려는 듯, 달래려는 듯. 느리지만 확고하게 제 뜻을 전하는 목소리에 유진은 등줄기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유현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챈 탓이었다.
이건, 그가 토벌을 떠나기 전에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이제는 내가 가주기도 하고.”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유현의 시선은 오로지 제 앞의 형에게만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처음으로 꼿꼿하게 동생을 응시하던 하얀 뱀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다. 동생의 너른 어깨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사실 유진이 생각하던 것이 비치지 않긴 했다.
지금 유현이 세워둔 말 옆, 도열한 군사들의 앞쪽에 가로놓여 있는 것은 어떠한 열도 가지지 못한 물건이었으므로.
생전에 품었던 열을 전부 읽어버린 시체와 그것을 담은 관은 유진의 눈이 찾아낼 수 있는 열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진은 아버지의 시신을 보지 못했다.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체라 한들,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는 행동은 아버지의 존재를 인지하고서 하고 싶은 짓은 아니었으니.
그렇게 하나, 둘, 저와 형이 한 약속을 인지시킨 유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형이랑 했던 약속대로,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약속 지켜줄 거지?
말로 하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지금이 그러했다.
당연히 약속을 지키겠다고, 대답을 해주어야 할 순간임을 알았지만 유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긴 채였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뜻이 전해진 방금처럼, 저에게도 목소리가 아니어도 대답을 전할 방법이 있음을 알았다.
유진은 살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기운만이 깃든 흰색 비늘로 덮인 얼굴이었지만, 이 모습이 제 동생에게만큼은 두려움을 주지 않음을 안다. 이윽고 연신 유진의 머리 위에 문질러지던 유현의 입술에 유진의 입술이 닿았다. 인간의 것처럼 무른 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입술이라 부르기도 부끄럽긴 했지만, 주둥이 끝이 가볍게 동생의 입술에 톡 부딪힌 것이나 다름없는 미약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래도 그 소심한 행동이 이 순간에는 무엇보다 확실한 대답이 되었다.
“고마워, 형.”
이윽고 형의 뜻을 알아챈 유현의 입술이 부드럽게 늘어졌다. 방금 전에 전쟁을 끝내고 돌아왔으면서도, 그의 얼굴에 어린 것은 가장 간절한 희망을 이룬 자가 품을 법한 지극한 행복뿐이었다.
이윽고 유진의 차가운 비늘 위에 다시 한번 열을 담은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이번에 닿은 곳은 아까와 달리 분명히 유진의 입술을 향해 있었다. 그 행동이, 마른 꽃에 물을 주듯 차가운 비늘에 열을 불어 넣는 그 움직임이 식어 있던 유진의 몸을 데우며 말하고 있었다.
형이, 드디어 내 것이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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