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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디페 돌발본 인포

by 자렌Jaren 2023. 10. 27.

* 너무 예쁜 표지는 레몽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reach the destination

: 목적지에 도달하다

 

* 내스급, 한유현X한유진(민의우인?)

* A5 소설본 / 40p / 4000원

* 내스급 외전 34화 이후 내용 스포 주의! 34화 이후에 나오는 상황을 날조합니다.

* 원작 설정 일부 날조 주의! 세계가 좀 더 유현유진에게 상냥합니다!

 

줄거리

결국 동생과 함께 오사카 행 배를 타버린 한유진.

그날 밤, 우연히 동생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는데.

 

 

<샘플>

 

퇴고 X

 

 

술을 드실 겁니까?”

 

아직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는데…….

어쩐지 아까 전, 저녁을 먹고 산책을 권유받았을 때 같은 기분이었다. 설마 정말 건강관리라도 해 줄 속셈인가? 유현아 정말 지금 이 녀석을 어떻게 건강한 유기농 식재료로 만들어서 삼켜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니?

대답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시선만 부딪치자, 다시 한 번 입술이 곱게도 호선을 그렸다. 저렇게 웃다가 술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같은 의사들의 흔한 레퍼토리를 읊을 것 같다고 한유진은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역시 우리 유현이는 의사가 됐어도 역시 잘 어울렸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참으로 한유진답기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도 한유진만 한유진다우려는 모양이었다.

 

드실 생각이시면…….”

 

플라스틱 의자가 딱딱한 초록색 바닥을 가볍게 끌었다. , 드륵. 너무도 익숙한 퍼뜩 정신을 깨웠다. 지금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묘하게 구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유진의 머릿속을 똑똑, 두드린다. 코끝에 짭짤한 바다 내음이 스치고 달이 유독 거대하고 밝게 보이는 지금 여기, 일본으로 향하는 배 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니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하지만 한유진이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그런 저를 둘러싼 풍경이 현실감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저랑 같이 드시죠.”

 

결국 저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그 사람. 스스로를 김민의라고 주장하는 제 동생의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한 번, 한유진은 제가 동생을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을 틀렸다. 동생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일 거라고 자신하던 때도 있었는데. 어쩐지 이제는 자신이 동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눈앞의 상대가 동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싫으신가요?”

, 아니요!!”

 

약간 서운해 하는 것 같은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납죽 대답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유현은 한유현답지 않고 한유진만 지독하게 한유진 다운 날이라고 생각하며.

 

 

(중간 생략)

 

 

, 관심 있습니다.”

…….”

 

이번에 입을 다문 쪽은 유현이 아닌 유진이었다. 병을 쥔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이 들어 올려 져 똑바로 유진의 얼굴로 향했다. 그 시선이 어찌나 뜨거운지, 방금까지는 시리가 몸에 닿던 바닷바람의 존재를 일순 잊었을 정도였다. 분명 닿는 것은 시선뿐인데 어찌된 일인지 온몸이 달아올랐다. 마치 영혼이라도 관통당한 것처럼.

유진은 건너편에 앉은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 쪽으로 상체를 굽히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물리지 못했다. 훤칠한 키에 걸맞게 늘씬한 상체는 조금 숙이는 것만으로도 유현의 입술을 유진의 귀 근처로 가져왔다. 이제 유진의 귀에는 다른 어떤 것도 닿지 않았다.

아직도 포차에서 자리를 지키며 흥겹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꾸준히 들려오던 배가 바닷물을 가르는 소리도, 가늘게 귓가를 간질이던 밤바람도. 모두 사라졌다.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받아 주실 겁니까?”

 

김우인 씨?

남은 것은 제게 속삭여진 지독히 선정적으로 들리는 음성뿐. 그렇게 지금까지 중 가장 선명하게 가짜 이름을 불린 순간, 유진은 오히려 제가 김우인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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