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오미네의 여장을 보고 싶다는 욕구에 눈 뜬 쿠로코의 요청에 아오미네는 여장을 해주는 대신 쿠로코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데......
기떡떡떡, 욕망에 못 이겨 쓰는 19세 이상가 책입니다. 특별한 서사는 없으니 주의! 전력으로 청흑의 건강한 성생활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 샘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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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미네 군 저 아무래도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아오미네는 저에게 행운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헤어져 있기 싫다는 마음에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동거를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째. 처음으로 온전히 둘만 함께 지낸다는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가족이 아닌 타인이 있는 공간에 익숙해지기 충분한 시간. 그 시간 동안 익숙해진 것은 풍경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간신히 몇 시간만 가질 수 있었던 둘만의 그렇고 그런 시간이 갑자기 24시간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당연히 참을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참을 생각도 없었다. 처음 몇 달간은 정말 이사 온 집에 영역표시를 하는 짐승들처럼 살았다. 침실은 물론이고 부엌, 현관, 거실, 욕실…… 서로 달라붙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농구 연습을 할 때 쏟아 부은 열정에 버금가게, 아무튼 한동안은 밥 먹는 것보다 섹스에 더 몰두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몸에 대해 모르는 게 없게 되는 데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부모님도 모를 어깨에 있는 작은 점의 존재나 언제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왼쪽 허벅지에 있는 옅은 흉터는 물론이고. 어디를 찔러주면 쿠로코가 좀처럼 신음을 토하지 않는 입을 벌리고 끙끙 앓는지, 아오미네가 어떤 체위로 더 참지 못하고 콱콱 박아 오는지 까지. 물론 요즘이야 새파란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처럼 밥보다 섹스!를 외칠 정도로 해대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아직도 시간과 눈이 맞으면 열정적으로 서로에게 매달리는 건 변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좋아서, 상대가 너무 좋아서 열정이 있는 것과 연인과 즐기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말하자면 밥을 매일 먹는다고 싫어지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좀 색다른 반찬을 더해서 먹고 싶어지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연인 사이의 관계를 색다르게 즐겁게 해줄 것들을 찾아둔 참이었지만, 쿠로코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짐작이 가지 않아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런 타이밍에 연인이 먼저 이런 말을 꺼내다니 이게 행운이 아니면 무엇일까?
“새로운 취향?”
뭔데 그게?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애써 누르며 아오미네는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받았다. 짐작 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 위해 애써 삐죽삐죽 올라서려는 입꼬리를 억누르고,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거짓말을 할 때면 시선을 피하는 자신의 버릇까지도 쿠로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해도 놀라지 않을 겁니까?”
제 할 말에는 거침없는 쿠로코가 잠시나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외라는 듯 아오미네의 눈이 살짝 뜨였다.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를 해보고 싶은 거야, 테츠. 그런 즐거운 물음이 목 안에서 통통 울려 목울대가 간질간질해졌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지, 어떤 매니악한 플레이든 일단 눈앞에 꺼내놓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전에 놀라서 도망가게 하면 안 되지.
“대체 뭔데 그래?”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주면 말하겠습니다.” “알았어. 할 게 한다고, 약속.”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뭔지 짐작도 못하겠으니 빨리 말이나 해보라는 듯이. 아오미네의 무심한 재촉에 드디어 쿠로코의 무거운 걸음이 움직였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 길게 늘어져 누워 있던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뒷모습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쿠로코의 앞으로 도착한 택배를 받아서 방에 가져다둔 기억이 있었다. 쿠로코는 원래는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는 걸 좋아했는데, 대학교에 들어간 뒤로 시간에 쫓겨 바쁠 때면 종종 집으로 책을 주문하곤 했다. 당연히 제가 아까 받은 상자도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떠올려보니 제가 건네받았던 상자가 평소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가벼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설마 그게 그건가? 새로운 취향을 위한 준비물이었나? 애써 억눌러둔 기대감이 결국 고개를 들었다. 대체 뭐지? 뭐길래 저렇게 말하는 것까지 힘들어 하는 거지? 지난번 연인과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단지 문구에 이끌려 구경했던 성인용품 샵에서 구경했던 물건들이 머릿속을 동동 헤엄쳐 다녔다. 그곳에서 아오미네는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미천했는지, 인간들의 욕망이 얼마나 다종다양한지 깨달았었다. 그중에는 아오미네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도 있었고,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취향도 있었다. 그래, 기왕이면 취향에 맞았던 걸로! 그런 간절함이 저도 모르게 눈빛에 담긴 채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들고 나오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지내고 있는 곳은 투룸에 작은 거실과 부엌이 딸린 구조의 집이었기 때문에 쿠로코가 거실 테이블까지 오는 건 금방이었다. 아오미네가 몸을 일으킨 덕분에 자리가 남은 소파의 옆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려놓은 쿠로코는 손에 들고 있던 커터 칼의 날을 빼내었다. 드륵, 드륵. 칼날이 공기 밖으로 꺼내지는 소리가 마치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이다. 이제 곧 쿠로코의, 지금도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제 포커페이스 연인의 취향이 밝혀진다. 하지만 상자를 봉하고 있던 테이프가 잘리고 안에 담겨 있던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아오미네의 얼굴에 촘촘히 수 놓였던 기대감은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렸다.
“…테츠…이거……” “도망가지 않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아오미네는 제가 애써 숨기려했던 기대감을 쿠로코가 진작 알아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 상자를 여는 순간 그 기대감이 무너지리라는 것도 예상했을 거라는 것까지도 예상했으리라.
“처음 봤을 때부터 아오미네 군에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어 주실 거죠? 그리고 쿠로코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제가 눈을 마주치며 부탁해오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아오미네가 거절하지 못 한다는 것을 말이다. 당번이 아닌 날에도 빨래를 널어주는 일이든. 자칫 잘못하면 옷이 홀딱 젖어버리는 2호를 목욕시키는 일이든. 아니면, 흰 레이스가 치마 가장자리에서 팔랑팔랑 흔들리고 있는 메이드 복을 입는 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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