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쿠로코의 문자를 받고 쿠로코를 만나러온 아오미네. 아오미네는 가타부타 설명도 하지 않는 쿠로코에게 이끌려 공원의 농구코트로 가게되고. 그러던 중 쿠로코가 자신과 있었던 중학교 때는 보지 못했던 '색'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보이게 된다는 세상의 색,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진짜 자신의 운명인 카가미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 샘플 >
*분량이 적어 샘플이 짧습니다.
“테츠, 손.”
쿠로코는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리자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시달린 탓에 건조하게 말라있던 손등과는 다르게, 손바닥에는 미약한 열이 남아 있었다. 아마 연습 내내 공과 쉬지 않고 닿았던 덕분이리라.
쿠로코는 꺼지기 직전의 촛불 같은 온기를 보호하려는 것 마냥 손바닥을 오므리며 손가락들을 바짝 붙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생긴 오목한 바구니 안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 손바닥이 골대라도 되는 양, 아오미네가 제 손에 들려있던 사탕을 툭 골인 시킨 것이었다. 이제는 아오미네의 손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농구 골대 림을 통과하는 게 당연해진 농구공처럼, 그 사탕 또한 쿠로코의 손에 떨어지는 게 익숙해진 것만 같았다. 하긴 이미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했으니, 익숙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강아지한테 하는 것처럼 부르지 말라고 퉁을 주었던 것도 처음의 몇 번 뿐이지. 특별한 의미 없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귀찮아져 버렸다. 저번에는 오히려 ‘테츠, 손.’이라는 말에 ‘멍멍.’이라고 화답했더니, 농구부 전체가 놀라서 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더랬다.
“고맙습……”
“아, 아오미넷치! 또 쿠로콧치한테만 주고! 저도 하나 주십셔!!”
갑자기 체육관에 커다랗게 울려 퍼진 목소리 때문에 채 끝나지도 않은 쿠로코의 말이 지워져 버렸다.
아오미네의 손가락에서 쿠로코의 손바닥까지 사탕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을 어떻게 놓치지 않고 보았는지. 물을 사러 갔다 오겠다며 체육관 밖으로 나갔던 키세가 벽에 기대앉은 아오미네와 쿠로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안 돼. 테츠 꺼야.”
“그냥 사탕이잖슴까? 사탕 하나도 안 주다니 치사함다.”
“그럼 너는……”
이거나 먹던 가!
아까 전에 손바닥 바구니에 무사 안착했던 것과 똑같은 사탕이 이번에는 허공을 날았다. 마치 미사일이 날아가듯 일직선으로 날아간 투명한 포장에 싸인 사탕은 곧 딱!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키세의 이마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픔다!!!”
“사탕 정도로 호들갑 떨지 마.”
“아오미넷치가 전력으로 던졌잖슴까!!”
별거 아닌 걸로 서로 진심으로 발끈해서 투닥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아직 어린애 티가 나는지. 하지만 농구부의 누구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것 또한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었으니.
겨울의 찬 공기가 스며들어 조금은 서늘한 체육관의 공기. 힘든 연습 끝에 여기저기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부원들의 거친 숨소리. 그 짧은 휴식 시간도 참지 못하고 공을 만지고 있는 부원들이 내는 농구공이 튀기는 소리는 높은 천장을 두드렸고. 겨울이라 해가 빠르게 사라진 창문 너머 하늘은 벌써 검게 빛났다.
아오미네와 키세의 이런 시답잖은 다툼도 농구부 안에서는 그런 것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매일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같은 일상. 그러니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밖에.
쿠로코 또한 이제 아예 제 옆에서 벌떡 일어나 키세와 대거리를 하고 있는 아오미네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이 싸움의 시시한 원흉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탕과 제 손 안에 있는 사탕은 역시 똑같은 것이었다. 회색으로만 보이는 세상에서도 투명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색의 농도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제 손 안에 있는 것은 투명한 포장지에 감싸인 동그란 모양의 사탕.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도 똑같은 포장이 되어있는 같은 농도를 가진 사탕.
역시 니 것 내 것 할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어차피 똑같은 사탕이니, 제가 받은 것을 키세에게 주었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쿠로코는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는 내지 않고, 그저 아오미네가 제 손에 놓아준 것을 소중히 연습복 주머니 안에 넣었다.
운동 후 당을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아오미네는 항상 이것과 똑같은 사탕을 쿠로코에게 주곤 했다.
‘이건 안 돼. 테츠 꺼야.’
그 말이 왜인지 사탕보다 달콤해서. 그래서 이것을 입 안에 넣고 그대로 녹여 버리기가 아까웠다. 어차피 자신이 받은 것이니 언제 먹든 그것은 제 자유이리라.
사탕이라 다행입니다. 당장 녹아 사라지는 무언가가 아니라. 이런 추운 겨울이라면 더더욱 망가지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있어 줄 그런 것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쿠로코는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휴식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축 퍼져 있던 학생들의 근육에 긴장을 불어 넣었다. 다시, 연습이 시작 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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