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 및 수정이 진행되지 않은 초고 입니다.
“역시 상처가 아픈 겁니까?”
걱정의 담은 목소리 끝에는 당연하다는 듯 단단한 손끝이 있었다.
아오미네는 며칠 전, 제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오던 같은 조직의 애송이를 밟아 누르다가 생겼던 상처 위를 덮고 있는 거즈를 보았다. 조직의 윗대가리를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의 아들이라고 했던가. 제 것이 아닌 권력을 등에 업고 활개를 치던 녀석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다. 그렇기에 경고의 의미를 담아서 녀석의 명치를 구둣발로 걷어 찬 것이 어제의 일이었다.
어차피 아오미네에게는 지금보다 높은 자리를 갈구하는 권력욕도, 지금 이 자리를 꼭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도 없었다. 이 자리는 다리를 잃고 절망에 굴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어쩌다가 차지한 자리였다. 지금 이 자리를 잃는다고 해도 ‘아오미네 다이키’라는 인간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없을 거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주변 사람들이 눈감아 주고 있던 애송이 녀석을 작신작신 두들겨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궁지에 몰리자 쥐가 이빨을 꺼내들었다. 손잡이를 손으로 쥐면 칼날이 위로 조금 삐죽 나오는 작은 단도였다.
참으로 저를 닮은 하찮은 것이 아닌가. 그런 아오미네의 생각이 그대로 적중했는지, 녀석이 휘두른 눈먼 칼날은 아오미네의 어깨 조금 아래 팔뚝을 스치듯 베어내는 것 이상은 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것도 칼이 입힌 상처라고 피가 비치는 것이 신기한 정도인, 그런 상처였다.
그런데 쿠로코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아오미네의 셔츠에 묻은 피를 보고 기어이 아오미네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거즈를 덮어 주었다. 물론 자신은 걱정해서 상처를 치료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만.
쿠로코가 절대 안 된다고 했음에도, 쿠로코의 팔목을 잡아 위로 올려 고정시키고 입을 맞춘 것은 자신이었다. 상처가 벌어지며 어쩌냐고, 간신히 입술이 떨어지고 난 후에도 밭은 숨 사이로 걱정부터 토해내던 아이였다. 하지만 옅었던 색이 물씬 짙어지며 부어오른 입술에서 나오는 것은 어떤 감정이든 그저 아오미네를 충동질하는 자극이 될 뿐이었다.
이내 그 입술이 다시 아오미네에게 삼켜진 후에 남은 것은 가장 은밀한 안쪽, 깊은 살이 맞물리는 순간들뿐이었다.
(중간 삭제)
그런 일방적인 시작으로 보낸 밤이 지난 후에도 쿠로코는 여전히 원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얼굴로 손을 뻗었다.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말랑한 몸을 가진 주제에, 손끝만은 지금까지 힘겹게 익혀온 작업으로 단단해진 손이 거즈 주변을 가볍게 훑었다. 분명 어제 쿠로코의 몸을 안느라 근육을 쓴 탓에 피가 비친 것이니 피의 책임은 아오미네에게 있었다. 쿠로코도 그것을 알기에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그만 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하고 참았으면, 피가 나는 것보다 더 안 좋아졌을 걸.”
태연하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이를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는 가시지 않은 어둠 속에서도 시리게 빛났다. 점점 눈빛이 사나워 진다했더니, 그 사나워진 눈빛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아오미네의 상처 부분을 가볍게 찰싹 내리친 쿠로코는 그대로 다시 몸을 눕혔다.
“걱정한 제가 바보같군요.”
더 이상 바보를 신경써줄 여력은 없다. 돌아누운 등이 말하는 단호한 한 마디를 읽어낸 아오미네는 제게서 등을 돌린 몸을 이불 채로 끌어안았다. 움찔, 갑작스러운 무게에 품에 안긴 이의 작은 동요가 느껴졌지만 그 동요는 이내 잠잠한 밤 속에 녹아들었다. 아까까지 벌레처럼 갉작갉작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집의 숨소리도 이제는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오미네는 조금씩 규칙적으로 느려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제 연인의 어깨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 연인이었다. 제 마음이 품은 이 사람을 무언가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것은 연인이나 애인같은 말이 되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것이 제 마음에서 정한 것일 뿐이라는 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절대로 그들을 그런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새삼스럽게 깨달아 버렸다.
‘남자 정부 뒤나 빨아주고 있다 보니 눈에 뵈는 게 없나보지?’
걷어차여 한 방에 나가떨어진 녀석은, 배를 부여잡고 쿨럭쿨럭 마른 기참을 내뱉으면서도 아득바득 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아오미네의 이성을 날려 보내는데 있어서는, 최고로 효과적인 물건이었다.
그 뒤로 녀석의 눈동자가 뒤집어져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릴 때까지 아오미네의 주먹이나 발이 쉬는 일은 없었다. 처음에는 나름 녀석의 앞을 막아서며 아오미네를 말려보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녀석과 똑같이 얻어맞은 채 구석에 한 두 녀석이 처박히게 되자 누구도 아오미네의 앞을 막아서지 않았다.
아오미네는 정확히 어디를 차이면 구토를 하며 주저앉게 되는지, 어디를 맞으면 머리가 울리며 저항 불가능 상태가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갈비뼈가 한 두 대 나갔거나, 오른쪽 팔 뼈가 부러졌겠지. 육지에 끌어올려진 오징어처럼 바닥에 쭉 뻗은 채 기절해버린 녀석을 두고 뒤돌아 서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폭력이 향하는 이 녀석 뿐만 아니라, 자신과 쿠로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자신과 쿠로코는 녀석이 말한 것 같은 관계로 정의되어 있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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